BK파트너스 대표 백홍기 변호사
최근 대전 음주운전 사고와 관련된 형사 판결을 보면 대한민국에서 음주운전에 대한 법정형과 양형기준이 얼마나 무겁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과거에는 단순 음주운전의 경우 초범에게 벌금형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실제로 혈중알코올농도가 높은 경우 초범이라 하더라도 실형 선고를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단순 음주운전이 아니라 ‘사고’가 발생한 경우다. 음주운전은 그 자체로도 강한 비난 가능성을 지니지만 사고까지 발생한 경우에는 ‘현실화된 위험’으로 평가되며 처벌 수위가 급격히 높아진다. 음주운전이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은 생명과 신체, 공공의 안전인데 그 위험이 실현되어 버린 이상, 죄와 형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단순 음주보다 무겁게 처벌하는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실제로 지난해 초범임에도 불구하고 음주 사고를 낸 한 유명 트로트 가수는 징역 2년 6개월이라는 실형을 선고받았다. 증거를 인멸하려 하였다는 등의 죄질이 안좋다는 점이 양형에 반영된 결과이긴 하겠지만 초범이라도 음주운전 사고에 대하여 법원이 얼마나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특히 대전 음주운전 사고처럼 지역 내에서 이슈가 되었던 사건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초동 대응의 중요성’이다. 음주 사고가 발생했을 때 경찰 조사를 어떻게 받고 피해자와 어떤 방식으로 합의를 시도했는지, 변호인의 입회 여부와 같은 초기 조치들이 이후 적용되는 죄명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가법이 적용되는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적용되는지가 이 초동 대응이 달려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온라인상에서는 ‘음주 사고를 냈을 바에야 차라리 도망가는 게 낫다’라는 식의 잘못된 정보가 만연해 있는데 이는 명백히 잘못된 정보이다. 음주 사고 후 도주하게 되면 단순한 음주운전이나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이 아니라 ‘특가법상 도주치상(뺑소니)’과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상’이라는 중복 처벌 대상이 된다. 이는 음주운전 사고에서 적용될 수 있는 최악의 죄명이 적용된 경우이다. 술을 마시고 사고를 낸 뒤 도주하여 운이 좋게 경찰관의 혈중 알코올 농도 측정을 피해 도로교통법상(음주운전) 혐의의 적용을 피하면 뭐하는가. 어차피 혈중 알코올 농도 측정이 필요없는 더 무거운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상이 적용될 것이 뻔한데도 말이다. 실제 트로트 가수 역시 도주하여 음주운전 혐의는 벗었지만 더 무거운 위험운전치상이 적용되었다. 대전에서 음주운전 사고와 같은 상황에 직면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도주나 은폐가 아닌, 신속하고 적절한 법적 대응이다. 첫 번째는 즉시 경찰에 신고하고 사고 현장을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두 번째는 경험 있는 음주운전 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경찰 조사 시 불리한 진술을 방지하고, 법적 절차를 체계적으로 대비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피해자와의 원활한 소통과 적절한 합의를 통해 양형에 있어 유리한 요소를 확보해야 한다. 초동 대응이 중요한 이유는 동일한 음주사고라도 어떤 법이 적용되느냐에 따라 형사처벌 수위가 천양지차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건은 발생했고 이제 중요한 것은 ‘일어난 사고를 어떻게 수습하느냐’다. 음주운전 사고가 일어난 이상 결코 가볍게 지나갈 수 없는 사안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신속한 판단과 법적 조력, 그리고 진정성 있는 피해자 회복 노력이 수반된다면 그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