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재판, 반드시 짚어야 할 두 개의 열쇠
작성자 BK파트너스 | 작성일 2026-07-29 | 조회수 19
보이스피싱 재판, 반드시 짚어야 할 두 개의 열쇠
미필적 고의는 같은 고의가 아냐 법원은 ‘책임의 무게’를 구별해
피해 회복을 위한 진정한 노력… ‘양형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 돼
돌이킬 수 없는 범죄에 연루되어 차가운 구치소 안에서 다가올 재판을 기다려야 할 때, 그 막막함의 무게를 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1심 재판을 기다리는 분이든 1심에서 구속되어 항소심을 준비하는 분이든,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막연한 후회가 아니라 재판에서 통하는 정확한 무기입니다. 저는 오랜 기간 수많은 조직적 사기 범죄 사건을 직접 다뤄오며, 결과를 가르는 두 가지 요소가 무엇인지 분명히 확인했습니다. 하나는 ‘고의의 정도’를 다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피해 회복’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그 두 개의 열쇠를 이야기하겠습니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현금수거책이나 전달책의 고의를 비교적 폭넓게 인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판례는 현금수거책의 공모나 범의는 다른 공범과 순차적·암묵적으로 상통하여 피해자의 현금을 수거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으로 족하고, 그
인식은 미필적인 것으로도 충분하며 전체 범행 방법이나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인식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4도10141 판결). 이 때문에 “나는 정말 몰랐다”는 항변만으로 무죄를 이끌어 내기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중요한 것은 ‘고의가 있었느냐’를 넘어 ‘그 고의가 어느 정도였느냐’입니다. 법원은 확정적 고의를 가지고 범행을 주도한 사람과, 전체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상급 조직원의 지시를 따르며 미필적 고의로
가담한 사람을 분명히 구별합니다. 실제로 여러 재판부는 “피고인이 확정적인 고의를 가지고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전체 범행의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미필적인 고의를 가지고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반
영합니다.
그렇다면 이 경계선은 어떻게 증명해야 할까요? 법원은 고의의 정도를 판단할 때, 조직원과 나눈 의사 연락의 내용과 연락 수단, 업무를 맡게 된 경위가 통상적이었는지, 보수의 정도와 지급방식, 당신의 나이·경력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합니다(대법원 2
024. 12. 12. 선고 2024도10141 판결). 따라서 당신이 어떤 경위로 이 일에 발을 들였는지, 무엇을 지시받았고 무엇을 몰랐는지, 취득한 대가가 얼마나 미미했는지를 객관적 자료로 구성해 보여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완전한 무지’가 아니라 ‘제한
된 인식’이었음을 설득할 때, 저울은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고의의 정도를 다투는 것이 ‘책임의 크기’를 조정하는 작업이라면, 피해 회복은 ‘반성의 진정성’을 증명하는 작업입니다. 조직적 사기 범죄의 양형기준에서 실질적 피해 회복(공탁 포함)과 처벌불원은 특별감경요소로 작용합니다. 실제로 다수의 항소
심에서 피해자와의 합의와 처벌불원 의사, 공탁을 통한 피해 회복 노력을 이유로 원심을 파기한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피해 회복의 첫 번째 길은 피해자와의 합의입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이는 재판부가 형을 정
할 때 가장 크게 고려하는 유리한 정상 중 하나가 됩니다.
조직적 사기 범죄의 특성상 피해자가 다수이거나 연락이 닿지 않아 합의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바로 이때 형사 공탁이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항소심에서 피해자들 앞으로 형사 공탁을 한 점이 고려되어 원심이 파기되고 감형된 사례, 합
의하지 못한 피해자들을 위해 피해금의 일정 비율을 형사 공탁하여 형이 낮아진 사례는 그 위력을 잘 보여줍니다.
다만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공탁 금액이 피해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적으면 실질적 피해 회복으로 평가받기 어렵습니다. 양형기준상 실질적 피해 회복은 통상 손해액의 상당 부분을 회복시킨 경우를 의미하므로, 소액 공탁만으로 피해가 회복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실무의 입장입니다. 그럼에도 당신이 취득한 이익을 넘어서는 금액을 공탁하여 회복을 위해 전력했다는 사정은 그 자체로 진정성의 증거가 됩니다.
당신이 미필적 고의로 가담한 말단이었다는 점을 입증하고, 합의와 형사 공탁으로 피해 회복에 최선을 다했음을 보여주는 것. 이 두 가지는 1심과 항소심 모두에서 결과를 바꿀 수 있는 핵심입니다. 구속되어 있다고 대응까지 멈춘 것은 아닙니다.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았다면, 결과를 바꿀 기회 역시 남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