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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적 투자 리딩 사기 항소심이 남긴 교훈
작성자 BK파트너스 | 작성일 2026-08-06 | 조회수 18
조직적 투자 리딩 사기 항소심이 남긴 교훈
조직적 사기 범죄에서 가담자 전원을 엄중히 처벌하려는 법원의 태도는 확고하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단기간에 막대한 피해를 양산하면서도 그 실질적 회복이 지극히 어렵다는 점에서 이 범죄가 지닌 사회적 해악이 중대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근래 캄보디아에 거점을 둔 보이스피싱 조직 사건의 연일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키면서 말단 유인책에 이르기까지 조직 가담자 전원을 무겁게 다스려야 한다는 여론은 그 어느 때보다 준엄하다.
그러나 이러한 엄혹한 국민 속에서도 투자 리딩 사기 조직에서 이른바 ‘전화 유인책’ 역할을 담당했던 의뢰인이 1심에서 공범 중 가장 가벼운 형을 선고받은 데 이어, 항소심에서 실형이 집행유예로 감형되어 법정에서 석방되었다. 조직범죄의 양형이 갈수록 무거워지는 상황에서 나온 이례적인 결과다. 아래에서는 그 결과를 가른 두 가지 핵심, ‘가담 정도’와 ‘피해 회복’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이 사건은 ‘범행을 주도하였는가’와 ‘지시에 따라 가담하였는가’의 구별이 형량을 결정적으로 가른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조직은 범행 전체를 계획·총괄하는 총책을 정점으로 유인책, 개발책, 자금세탁책, 인출책, 전달책 등 역할을 세분화한 점조직이었다. 의뢰인은 그중 피해자들에게 비상장 주식 매수를 권유하는 역할을 맡아 피해자 31명으로부터 약 4억 원을 편취한 범행에 가담했다.
판례는 조직범죄에서 “정확한 내막은 몰랐다”는 주장만으로 범죄 성립을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렇기에 진정한 승부의 무대는 범죄의 성립 자체가 아니라 ‘책임의 크기’다. 공동정범이라도 양형에서는 조직 내 지위와 역할, 관여 정도가 개별적으로 평가된다. 조직적 범죄일수록 재판부는 범행을 기획하고 지배한 총책과 지시에 따라 수행한 말단 가담자를 구별해 판단하며, 후자의 경우 가담 경위와 종속성, 범죄수익 규모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
실제로 항소심은 의뢰인에 대해 “이 사건 범행을 주도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고, 사회적 유대 관계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는 의뢰인이 조직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 제한된 역할만 수행했다는 점을 수사기록과 공범 진술, 보수 규모와 지급 방식 등을 통해 객관적으로 소명한 결과였다. 결국 가담자가 어떤 경위로 범행에 참여했는지, 무엇을 지시받았으며 조직 내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를 객관적 자료로 재구성해 보여주는 작업이 양형을 좌우하는 핵심이 된다.
둘째, 피해 회복은 이 사건에서도 가장 강력한 감형 요소였다. 조직적 사기 범죄의 양형기준은 실질적인 피해 회복과 처벌불원을 특별감경 요소로 보고 있으며, 재산범죄에서는 피해 회복이 중요한 감형 사유로 평가된다. 의뢰인은 원심에서 피해자 8명과 합의했고, 항소심에서는 추가로 6명과 합의해 이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항소심은 이를 “당심에서 새롭게 참작하여야 할 유리한 사정변경”이라고 평가했고, 이는 원심을 파기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었다.
셋째, 합의가 닿지 않는 피해자에 대해서는 형사 공탁이 마지막 활로가 되었다. 의뢰인은 합의하지 못한 피해자 17명의 피해 회복을 위해 총 1300만 원을 공탁했고, 항소심은 이 역시 유리한 사정으로 반영했다.
여기서 특히 주목할 점은 의뢰인이 실제 취득한 범죄수익보다 더 많은 금액을 피해 회복에 사용했다는 사실이다. 물론 공탁만으로 피해가 모두 회복됐다고 평가되기는 어렵다. 그러나 자신이 얻은 이익을 넘어서는 금액을 피해 회복에 투입했다는 점은 액수 자체를 넘어 반성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정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는 형사 공탁의 의미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변론이 겹겹이 쌓여 항소심은 원심 판결 중 의뢰인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받은 다른 판매·기망 가담자들은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고, 나아가 검사가 이들 전원에 대해 형이 가볍다며 양형부당 항소까지 제기했다.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면 전화 유인책이 실형의 굴레를 벗고 석방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결국 방향을 알아야 결과를 바꿀 수 있다. 확정적 고의를 지닌 주범이 아니라 지시에 따라 가담한 말단이었음을 재판부에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일, 그리고 합의와 형사 공탁으로 피해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했음을 보여주는 일. 이 두 가지는 1심을 앞둔 사람에게도, 이미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심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도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구속 상태에서도 가담 정도를 입증할 자료를 정리하고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이어간다면 양형을 달리 평가받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재판이 끝나지 않았다면 결과를 바꾸기 위한 노력 역시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