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범죄단체가입죄는 언제 성립하는가 - 백홍기 변호사의 조직범죄 실무
작성자 BK파트너스 | 작성일 2026-09-08 | 조회수 13
보이스피싱 범죄단체가입죄는 언제 성립하는가 - 백홍기 변호사의 조직범죄 실무
대전지역전속 법률사무소 BK파트너스 백홍기 대표 변호사
보이스피싱 사건으로 조사를 받는 사람들이 가장 이해하지 못하는 지점은 죄명의 개수다. 자신이 한 일은 전화를 걸었거나 현금을 받아 전달한 것 하나뿐인데, 공소장에는 사기죄 외에 범죄단체가입죄와 범죄단체활동죄가 함께 적혀 있다. 필자는 이 지점에서 변론의 방향이 갈린다고 본다. 사기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조직의 실체와 자신의 지위를 다투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고, 그 다툼의 성패에 따라 선고형의 폭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오늘은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범죄단체가입죄의 성립 요건과 실무의 판단 기준을 정리한다.
■ 처벌의 근거는 실행행위가 아니라 결합체의 존재다
형법은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 또는 집단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 또는 그 구성원으로 활동한 사람을 그 목적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형법 제114조). 이 조항은 목적한 범죄의 예비·음모에 해당하는 행위를 독자적인 범죄로 규정한 것이므로, 목적한 범죄의 실행 여부나 목적 달성 여부는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즉 사기죄로 처벌되지 않는 구간이 있더라도 가입과 활동만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반대로 말하면, 다투어야 할 대상은 피고인이 무엇을 했는지가 아니라 그가 가담한 결합체가 조문이 말하는 단체 또는 집단에 실제로 해당하는지, 그리고 그가 그 결합체의 구성원으로 평가될 수 있는지다. 대법원은 보이스피싱 조직이 총책을 중심으로 간부급 조직원과 상담원, 현금인출책으로 구성되어 내부의 위계질서가 유지되고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는 최소한의 통솔체계를 갖추었다면 형법상 범죄단체에 해당한다고 보고, 범죄단체 가입·활동행위와 사기행위는 구성요건과 보호법익이 달라 사기죄만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7도8600 판결).
■ 단체와 집단은 요건이 다르고, 그 차이가 곧 방어선이다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는 특정 다수인이 일정한 범죄를 수행한다는 공동목적 아래 이루어진 계속적인 결합체로서, 단순한 다중의 집합과 달리 단체를 주도하는 최소한의 통솔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반면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은 구성원들이 정해진 역할분담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범죄를 반복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조직체계를 갖춘 계속적 결합체를 뜻하고, 최소한의 통솔체계까지 갖출 필요는 없으나 범죄의 계획과 실행을 용이하게 할 정도의 조직적 구조는 갖추어야 한다. 결국 공동목적성, 계속성, 조직성이 심리의 축이 되고, 단체 요건에서만 통솔체제가 추가된다. 명칭이나 강령이 명확하지 않고 가입식과 같은 절차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성립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점도 미리 각오해 두어야 한다.
실무에서 무죄가 선고된 사건들은 이 요건의 어느 지점이 비어 있었다. 직책이 대표, 팀장, 팀원으로 나뉘어 있었더라도 구성원들이 친분관계를 바탕으로 개별 팀으로 결성되고 팀 사이의 이동이 유연하며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체계적 구조가 형성되지 않았다면 단체성과 집단성이 모두 부정될 수 있다. 구성원의 가입과 탈퇴가 자유롭고 역할 분담이 명확하지 않으며 운영 방식이 허술하였다는 이유로 조직적 구조와 통솔체계를 인정하지 않은 사례도 있다. 반대로 근무 장소와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고, 실적에 따라 보수가 차등 지급되며, 행동강령과 이탈 방지 수단으로 구성원을 구속하는 내부 규율이 존재하였다면 계속성과 조직성은 어렵지 않게 인정된다. 그러므로 변론의 출발점은 조직도가 아니라 매뉴얼의 존부, 수당 산정 방식, 여권과 숙소의 관리 실태, 이탈자에 대한 조치와 같은 기록으로 확인되는 운영의 실제여야 한다.
■ 단순 가담자와 구성원의 경계는 '통솔체계에 따른 행위'인지에 있다
가장 자주 다투어지는 것이 이 부분이다. 가입은 이미 조직된 결합체의 취지에 동조하여 구성원으로 참가하는 것이고, 구성원으로서의 활동은 내부 규율과 통솔체계에 따른 조직적·집단적 의사결정에 기초하여 결합체의 존속·유지를 지향하는 적극적인 행위를 말한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도7081 판결). 여기에 실무의 구별선이 있다. 조직의 지시체계 밖에서 일회적으로 편의를 제공한 사람은 사기죄의 공동정범이 될 수 있어도 구성원은 아니다. 반면 상위자의 지시를 받아 지정된 장소에서 매뉴얼에 따라 반복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실적에 연동된 보수를 받았다면, 담당한 업무가 상담이든 통장 모집이든 수거든 구성원으로서의 활동으로 평가된다. 세부 조직 구조나 다른 조직원들의 이름을 알지 못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결론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판단도 축적되어 있다. 그래서 필자는 '나는 아르바이트라고 생각했다'는 진술만을 반복하는 방식을 권하지 않는다. 겨냥할 지점은 지시의 방향과 밀도다. 업무의 시간과 장소가 지정되어 있었는지, 보고 상대가 고정되어 있었는지, 실적 관리와 제재가 있었는지, 이탈이 실제로 자유로웠는지가 기록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대조하여야 한다. 여기서 단순 가담이라는 평가를 얻으면 범죄단체 관련 부분의 무죄까지 이르지 못하더라도 양형에서 특별감경인자로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 조직 인식과 가입 의사는 정황으로 증명된다
고의만을 다투는 사건의 논리는 다르다. 대법원은 현금수거책이 수거 사실은 인정하면서 공모와 고의를 부인하고 이를 증명할 다른 관련자 진술도 없는 경우, 공범과의 의사연락 내용과 연락수단, 업무를 맡긴 사람을 직접 대면하였는지, 근로계약서 등이 정상적으로 작성되었는지, 업무를 담당하게 된 경위가 통상적이라고 볼 수 있는지, 피해자에게 보인 언동과 사용한 문서, 수거 횟수와 규모, 제3자의 개인정보 사용 여부, 보수의 정도와 지급방식, 피고인의 나이와 경력 등을 종합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4도10141 판결). 이러한 판단 구조는 범죄단체에 대한 인식에도 그대로 작동한다. 상위 조직원의 존재와 그들이 수행한 업무를 인식하고 있었다면 단체성에 대한 인식도 인정되기 쉽다. 반대로 어떤 장소에서 어떤 역할을 분담하였는지가 특정되지 않고 관련자들도 이를 목격하지 못하였다면 가담 사실 자체의 증명이 흔들린다. 결국 다툴 자료는 계약과 보수의 형식성, 모집 경로의 통상성, 사용된 연락수단의 은닀성과 같은 검증 가능한 항목들이다.
■ 가담 기간과 죄수 구조가 실제 형량을 만든다
가입죄와 활동죄는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으므로 이를 실체적 경합으로 처리하여 경합범가중을 한 판결은 유지될 수 없다. 사기죄와의 관계를 상상적 경합으로 본 사례도 있으므로 죄수 구조는 반드시 별도로 점검해야 한다. 가입은 단체에 가입함으로써 즉시 성립하고 완성되는 즉시범이므로 공소시효의 기산과 국외 체류 기간의 취급이 실제 결론을 바꾸기도 한다. 조직이 완전히 변경되어 별개의 단체로 평가되거나 탈퇴 후 새로운 범의로 재가입한 경우에는 별개의 범죄로 취급된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반면 일시 귀국 기간에도 조직의 허락 아래 유대관계가 유지되었다면 그 기간의 활동이 인정될 수 있다. 가담 시기와 종기, 이탈의 시점과 방식을 다투는 작업은 감정적 호소보다 훨씬 큰 효용을 가진다.
■ 결론은 조직의 실체와 자신의 좌표를 분리하는 일이다
필자는 동일한 수법의 조직에 같은 역할로 가담한 사건들이 전혀 다른 결론에 이르는 것을 반복해서 보아 왔다. 갈림길은 조직 전체의 해악을 부인하려 했는지, 아니면 그 조직 안에서 자신의 좌표를 기록으로 특정해 냈는지에 있었다. 조직의 계속성과 통솔체계는 검사가 증명할 대상이고, 그 증명의 빈틈은 진술이 아니라 운영 자료에서 발견된다. 무엇을 인정하고 무엇을 다툴지는 첫 조사 단계에서 정해져야 하며, 확보할 자료의 목록은 접견실에서도 만들 수 있다. 범죄단체가입죄를 다투기로 결심하였다면 순서는 분명하다. 억울함의 크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조문이 요구하는 요건을 하나씩 기록에 대조해 보이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