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 BK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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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2026-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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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범죄 항소심, 기록 속 ‘진짜 역할’ 봐야 한다
1심 판단 반복 아니라 새 관점 필요 추가 변제‧공탁 없이 항소심 달라져
조직 사기 사건 속 ‘책임의 재평가’ 공범 간 형 균형 제대로 따져봐야
평범한 해외 취업인 줄 알았던 일이 거대한 범죄의 일부였음을 깨달았을 때의 충격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여기에 1심 판결까지 무겁게 선고됐다면 당사자가 느끼는 절망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에도 사건은 끝난 것이 아니다. 조직적 사기 범죄에서는 1심에서 충분히 드러나지 못한 피고인의 실제 역할과 책임범위가 항소심에서 새롭게 평가되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최근 한 사건에서는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징역 6년으로 감형됐다. 형량이40% 줄어든 것이다. 추가 피해 변제나 공탁이 전혀 없었음에도 나온 결과였다. 이러한 결과는 항소심을 어떻게 준비하는지에 달려있다.
항소심은 1심의 단순한 연장선이 아니다. 1심 판결의 논리적 허점과 사실관계의 왜곡을 파고들어 재판의 저울을 다시 맞추는 절차다. 지금 수감돼 있는 교도소에서부터 새로운 전략으로 항소심을 준비해야 한다.
첫째, 기록 속에 파묻힌 피고인의 실제 역할을 다시 꺼낸다. 항소심 재판부가 보는 것은 1심의 방대한 재판 기록이다. 검찰은 조직범죄의 특성상 가담자 전원을 하나로 묶어 기소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1심 재판부 역시 그 틀 안에서 피고인의 역할을 실제보다 무겁게 평가했을 가능성이 있다. 항소심의 출발점은 바로 이 기록을 다른 관점에서 해부하는 데 있다.
수사기관이 확보한 증거와 공범들의 진술 속에서 피고인이 조직의 실체나 전체 범행 계획을 알 수 없는 말단에 불과했다는 사정을 찾아내야 한다.
총책이나 관리책과 나눈 메신저 대화의 내용, 피고인에게 주어진 업무의 범위,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위치 등을 재구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1심 판결이 피고인의 역할을 어떻게 과대평가했는지 그 모순을 정확히 짚어내야 한다. 추가 합의 없이 감형이 가능했던 이유도 바로 이 지점에 있었다.
둘째, 공범 간 형의 균형이 무너졌음을 증명해야 한다. 조직범죄에서 형량은 각자의 역할과 책임의 정도에 따라 공평하게 정해져야 한다. 이를 ‘형의 균형 원칙’이라고 한다. 단순히 지시받은 일을 수행한 말단 조직원에게 범죄를 기획하고 막대한 이익을 챙긴 상선이나 관리책과 비슷한 형량이 선고됐다면, 이는 형평에 어긋날 수 있다.
항소심에서는 공범들의 판결문을 모두 분석해야 한다. 각 공범의 역할, 가담 정도, 범죄수익, 범행 기간, 의사결정권 유무를 피고인의 경우와 비교해 제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피고인의 책임은 100이 아닌 10에 가까운데 1심 법원은 50의 책임을 물었다’는 점을 논리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재판의 저울이 한쪽으로 기울었다는 점이 분명할 때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 판결을 다시 볼 명분을 얻게 된다.
셋째, 범죄수익 분배 구조에서 피고인의 위치를 명확히 해야 한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죄를 통해 얼마의 이익을 얻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수억 원 또는 수십억 원의 피해가 발생한 사건이라도 피고인이 실제로 얻은 돈이 매달 정해진 월급이나 소액의 활동비에 불과했다면 이는 피고인이 조직의 중심에 있지 않았다는 중요한 사정이 된다.
범죄수익의 흐름을 추적해 대부분의 이익이 상부 조직원에게 흘러갔고 피고인은 언제든 대체 가능한 하위 가담자였다는 점을 객관적 자료로 보여줘야 한다. 낮은 수익은 낮은 책임과 연결될 수 있다. 피해 규모 전체가 곧바로 모든 가담자의 동일한 책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결과를 바꾸는 마지막 기회는 항소심에 있다.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은 중요하지만, 그것만이 감형의 유일한 길은 아니다. 실제로 징역10년에서 징역 6년으로 감형된 판결에서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사건 각 범행을 주도적으로 계획하거나 그 실행을 지휘하는역할을 담당했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과 같이 활동한 공범들과의 양형상 형평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역할의 재평가와 형의 균형이 감형의 중요한 근거가 된 것이다.
무너진 형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은 단순한 선처 호소가 아니라 기록과 법리에 근거한 방어다. 포기하지 않고 올바른 방법으로 자신의 위치를 다시 설명할 때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