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 BK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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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2026-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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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92
재판소원, 닫힌 문을 여는 마지막 열쇠
기존 재판에 헌법적 흠결 있어야 가능 판결 확정된 날로부터 30일 이내 청구
헌법 위반했는지를 증명하는 게 핵심 국민의 기본권이 한층 두터워질 전망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되었다” 이 짧은 한 줄에 절망을 경험한 이들이 있다. 모든 법적 절차가 끝났다는 소식은 돌이킬 수 없다는 것과 다름없다. 만약 피해자의 일방적인 진술만이 유일한 증거였거나, 재판부가 명백한 증거를 애써 외면한다고 느꼈던 순간들이 있었다면, 그 억울함을 호소할 마지막 기회마저 사라졌다는 좌절감은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법원의 확정판결은 누구도 다툴 수 없는 ‘성역’이었다. 법원의 판결 자체에 대해서는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없도록 법이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조항을 두고 대한민국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오랜 기간 대립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한 재판’은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았지만, 대법원은 법률의 최종 해석 권한은 대법원에 있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러한 사법기관 간의 힘겨루기 속에서 정작 가장 중요한 국민의 기본권은 ‘권리 구제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왔고, 이는 사법부에 대한 깊은 불신을 낳는 원인이 되었다.
이러한 오랜 논쟁과 권리 구제의 공백을 메우고 사법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2026년 3월 12일, 대한민국 헌정사에 한 획을 긋는 변화가 시작되었다. 바로 ‘재판소원’ 제도를 명문으로 도입한 개정 헌법재판소법이 시행된 것이다.
개정법은 기존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막았던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이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이제 법원의 확정판결도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물론 모든 재판을 다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상의 4심제를 방지하기 위해, 다음 세 가지 중 하나에 해당하는 명백한 헌법적 흠결이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1. 법원의 재판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반하는 취지로 재판함으로써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2. 법원의 재판이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함으로써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3. 법원의 재판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함으로써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명백한 경우
헌법재판소는 재판소원 청구를 받아들이면, 최종 결정 전이라도 징역형의 집행이나 강제집행 등을 잠시 멈추게 하는 ‘가처분’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청구가 이유 있다고 판단하면, 해당 재판을 직접 ‘취소’하고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내 다시 재판하도록 한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제도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첫째, ‘30일’이라는 시간을 기억해야 한다. 재판소원은 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단 30일 이내에 청구해야 한다. 상고가 기각된 순간부터 지체없이 판결문 전체를 헌법적 관점에서 면밀히 분석하여 위헌성을 찾아내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둘째, 재판의 과정을 되짚어 보아야 한다. 재판소원은 단순한 사실오인이나 법리 다툼을 넘어, 재판 과정에서의 ‘적법절차 위반’을 문제 삼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피고인의 방어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할 정도로 증거 신청을 부당하게 기각당했거나, 재판부가 편파적으로 재판을 진행했다는 정황이 있다면 이는 중요한 헌법적 쟁점이 될 수 있다.
셋째, 판결의 논리가 헌법의 대원칙을 위배했는지 파고들어야 한다. 형사재판에는 ‘무죄 추정의 원칙’과 ‘증거재판주의’라는 흔들려서는 안 되는 대원칙이 있다. 모든 의심은 피고인의 이익으로 돌아가야 하며, 유죄 판결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엄격한 증명에 의해서만 내려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의 재판에서는 이 원칙이 무너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피해자의 일관되지 않은 진술이나 모순된 정황에도 불구하고 유죄가 선고되거나, 피고인에게 유리한 명백한 증거들이 합리적 이유 없이 배척되기도 한다. 이는 사실상 유죄의 증명 책임을 검사가 아닌 피고인에게 떠넘기는 것이며, 헌법이 보장하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다.
재판소원은 바로 이러한 재판, 즉 법관의 자의적인 증거판단과 논리 비약으로 헌법의 근본 가치를 훼손한 판결을 바로잡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다. 판결문에 담긴 논리의 허점을 찾아내고, 그것이 어떻게 헌법 원칙을 위반했는지를 명백히 증명하는 것이 재판소원 승패의 핵심이다.
억울한 피해자는 없어야 한다. 그러나 억울한 피고인 또한 없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재판소원 제도의 도입은, 사법부가 내린 결론에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고, 그 오류를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를 국민에게 돌려준 중대한 진전이다. 물론 재판소원의 문은 매우 좁을 것이다. 하지만 불가능했던 문이 이제는 열렸다.
필자는 재판소원 제도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한층 더 두텁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